저도 처음엔 해외 AI 서비스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미나이와 OpenAI를 쓰면서 업무 속도가 빨라지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직접 해봤으니까요. 그런데 정부가 8월 19일 AI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단순한 서비스 활용과 국가 차원의 기반 기술 확보는 다른 문제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전략수정: 개별 경쟁에서 연합개발로, 목표는 프론티어모델
정부가 이번에 방향을 바꾼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개발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 수준입니다.
기존에는 여러 기업이 각자 경쟁하며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개발하는 구조였습니다. 여기서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특정 용도에 맞게 가공되기 전 단계의 범용 기반 언어 모델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완성품이 아닌 원재료에 해당하는 AI입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는 이 목표를 더 높여 프론티어 모델(Frontier Model) 개발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프론티어 모델이란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겨루는 최상위 AI 모델군을 뜻합니다. GPT-4o나 제미나이 1.5 Ultra 같은 모델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개발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한 팀에 여러 조직이 결합하는 연합 형태, 즉 컨소시엄(Consortium) 구조로 전환한 것입니다. 컨소시엄이란 단일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기관이 자원과 역할을 나눠 공동 수행하는 협력 체제를 말합니다. 과기정통부가 8월 19일 발표한 2단계 평가 결과에 따르면, 4개 팀이 참여한 벤치마크 평가에서 3개 팀이 최종 진출했습니다(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벤치마크(Benchmark)란 AI 모델의 능력을 수치로 측정하기 위해 설계된 표준 시험 문항 모음입니다. 학교 모의고사처럼 정해진 문제를 풀게 해서 점수를 비교하는 방식이죠. 다만 제가 직접 AI 도구를 써봤을 때 느낀 건, 벤치마크 점수가 높다고 해서 실제 업무에서 항상 더 편리하거나 더 저렴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간극을 정부도 인식했는지, 이번 평가에 전문가 평가와 실사용자 피드백을 병행 반영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읽힙니다.
- 개발 목표: 파운데이션 모델 → 프론티어 모델로 상향
- 개발 방식: 개별 기업 경쟁 → 컨소시엄 연합 공동 개발로 전환
- 평가 방식: 벤치마크 점수 + 전문가·사용자 평가 병행
- 2단계 결과: 4개 팀 평가 후 3개 팀 진출

연합개발의 가능성과 제가 여전히 품고 있는 의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합 개발로 전환한다고 해서 단순히 "여러 회사가 힘을 합친다"는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기술 주도권과 비용 분담, 그리고 책임 소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훨씬 복잡한 문제더군요.
일반적으로 컨소시엄 구조는 대형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여러 조직이 하나의 목표를 공유할 때 가장 먼저 길어지는 것이 의사결정 회의입니다. 목표와 책임을 정의하는 데 에너지가 소진되면, 정작 기술 개발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저로서는 가장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자본 투입 방식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집중 지원 구조가 될 경우, 특정 플레이어에게 기술과 시장 지배력이 쏠리는 기술 독점(Tech Monopoly) 리스크가 생깁니다. 기술 독점이란 핵심 인프라 기술을 소수 주체가 장악해 다른 기업과 기관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게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국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모델이 결국 특정 대기업의 경쟁 우위로만 귀결된다면, 공공재 성격의 AI 인프라라는 취지와 어긋납니다(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반면 국내 프론티어 모델을 보유하는 것 자체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해외 AI 서비스는 한국어 특유의 맥락, 특히 직군별 전문 용어나 공공 행정 문서 형식에서 미묘하게 어색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국내 데이터와 국내 현장에 최적화된 모델은 그 자체로 기술 주권(AI Sovereignty) 측면에서도, 실용적 활용 측면에서도 의미가 다릅니다. 기술 주권이란 핵심 기술의 개발·운용·의사결정 권한을 외부 공급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확보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다만 저의 걱정이 기우인지 아닌지는 지금 당장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검증 기준은 명확합니다. 같은 비용에서 각 컨소시엄 팀의 성능이 어떻게 나오는지, 출시 간격은 얼마나 벌어지는지, 실제 공공·민간 현장에서 사용률과 만족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시간을 두고 추적해야 합니다. 정부의 발표 자료에 담긴 점수와 성과 평가는 정부 측 설명이기도 하니, 독립적 검증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론티어 모델이 파운데이션 모델보다 무조건 좋은 건가요?
A. 프론티어 모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목표로 하는 만큼 개발 비용과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범용 기반을 빠르게 확보하는 현실적 선택이고, 프론티어 모델은 기술 선도를 겨냥하는 도전적 목표입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어느 쪽을 먼저 확보할 수 있느냐의 전략적 판단 문제에 가깝습니다.
Q. 컨소시엄 방식으로 개발하면 속도가 느려지지 않나요?
A. 이 부분이 제가 직접 여러 조직 협업을 경험하면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입니다. 여러 기관이 참여하면 목표 설정과 책임 분담 논의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원을 분산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결국 어떻게 거버넌스를 설계하느냐가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Q. 해외 AI를 그냥 쓰면 되지, 왜 국내 모델이 필요한가요?
A. 제가 직접 써봤는데, 해외 AI 서비스는 한국어 전문 맥락이나 국내 행정 문서 형식에서 미묘한 어색함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특정 외국 기업에 데이터와 서비스 결정권을 장기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기술 주권 측면에서 리스크가 됩니다. 이건 단순 성능 비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Q. 이번 평가에서 벤치마크 점수만으로 팀을 선발했나요?
A. 아닙니다. 과기정통부 발표 기준으로 이번 평가는 벤치마크 점수와 함께 전문가 평가 및 실사용자 피드백을 병행했습니다. 벤치마크는 시험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을 측정하지만, 실제 업무 편의성과 비용 효율을 완전히 대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복합 평가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읽힙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번 전략 수정은 목표를 높이고 방식을 바꾼 것 모두 방향성 자체는 이해가 됩니다. 프론티어 모델을 가져야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고, 단독 개발보다 컨소시엄 구조가 대형 프로젝트에 유리한 면도 분명 있습니다. 제가 직접 AI 도구를 업무에 써본 경험에서 느낀 가치는, 국가 기반 모델에 얼마를 써야 하는지 결론 내기엔 부족한 근거입니다. 그 판단은 수치로 나와야 합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은 컨소시엄 팀들의 실제 출시 간격, 같은 비용 대비 성능, 공공·민간 현장에서의 실사용률, 그리고 대기업 집중 지원 여부입니다. 발표된 성과 지표 외에 독립적인 검증이 이어질 때 이 전략이 진짜 값어치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속 발표가 나오면 같은 기준으로 다시 살펴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774781